연출의도

학교폭력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경찰력을 동원해서 가해학생을 법적처벌하는 현실에서,
물론 강력한 처벌이 효과도 좋고, 고민의 막다른 지점에서 나온 가슴 아픈 레드카드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극단 디아코노스가 조용하지만 당당하게 외치기로 결심한 해답은 '사랑'이었습니다.
진부하다 할 수도 순진하다 할 수도 있는 대답이지만
성경 같은 인류의 유산 속에도 나와 있듯이 '다른 사람을 나 처럼 사랑' 할 수 있다면
폭력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결론이었습니다.

학교폭력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온 세상이 다 아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누가 가장 잘 알고 있을까요? 바로 당사자인 학생들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지는 않습니다만
방관자도 폭력이라는 그림의 한 부분임을 감안하면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모아놓고 학교폭력예방뮤지컬 공연을 하는데
무대 위에서 얼마나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장면을 리얼하게 재연해야 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혹 누구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 만든 과격함이 누구에게는 학습효과가 되진 않을까요?
아니, 모든 걸 양보하더라도 심각하고 가슴 아픈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낸 다큐멘터리로
과연 우리 친구들이 두 시간동안 주목해 주기나 할까요?

디아코노스가 선택한 방법은 '재미' 입니다.
현실감으로 무겁게 재연된 다큐멘터리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난
'판타지' 한 소재와 시츄에이션 코미디를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과 기대를 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히 속마음이 들린다는 비현실적인 소재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타자의 개입을 통해서가 아닌
당사자들 스스로가 해결해 내는 플롯으로 구체화 되었고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심心풀이에는 디아코노스 단원들의 개인적인 경험도 구석구석 담겨있습니다.

극중 피해자인 재호가 가해자인 준범을 도와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상상으로 만든 장면이 아니라 누군가의 학창시절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현실에서도 그 사건을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와 친구가 되었고 학교폭력의 권력관계가 사라졌습니다.

그 때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가해자나 피해자나 똑같이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해자를 두둔할 마음은 없지만 피해자만 슬픈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는 사과할 용기가 필요하지만 피해자는 용서해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친구' 가 필요한 서로에게 '친구' 가 되어줄 수 있게 됩니다.

모쪼록 학교폭력예방뮤지컬 심心풀이와 또 다른 많은 문화, 교육, 사회적 노력들이 모여
폭력으로 상처 입은 학교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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